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PONY)를 아시나요?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제55회 국제 자동차 박람회에 포니가 등장함으로써, 한국은 전세계에서 16번째로 자동차 고유 모델을 보유한 국가가 됩니다. 당시 포니는 국산화율 90%로 만들어진 자동차로, 국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일부 제품만 수입해 제조됐습니다. 판매 가격은 약228만원. 1970년대 9급 공무원의 월급(1만73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월급의 약 134배에 해당하는 값어치였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전동화 모델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헤리티지 시리즈- 포니’를 내놓아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처럼 내연차를 전동화 모델로 개조하는 것은 이미 해외에서는 상용화된 흐름이라고 합니다. 개인이 직접 전기차 개조를 할 수 있도록 전기차 키트(모터와 배터리 세트 등)가 팔릴 정도라고 하는데요. 전기차 생산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고가로 책정된 전기차 가격 등을 고려하면, 기존에 타고 다니던 내연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체라 콘텐츠에서는 위와 같은 전기차 개조 트렌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전기차 개조를 둘러싼 각종 궁금증부터 전기차 개조의 이점, 실제 사례들까지 꼼꼼하게 담았습니다. 전기차 개조,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전기차 개조 어떻게 하나?
전기차 개조라 함은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동력원을 내연기관 엔진에서 전기 모터로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현재 시판 중인 차종 중에서도 내연차 모델을 전동화하여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들이 있습니다. 제네시스 GV70과 G80도 내연차 모델을 전동화한 차량이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현대 모터스 스튜디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두 모델은 내연차로 디자인된 차량을 전동화 모델로 개조한 차량이라고 하네요. 이 관계자는 “내연차 모델을 전동화할 때는 내연기관 대신 전기 배터리를 장착하고 차체나 프레임은 그대로 둔다”며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들어가기 때문에 높이가 살짝 높아지는 것 말고는 육안으로 차량을 멀리서 봤을 때는 전기차인지 내연차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자동차 디자인으로 내연차와 전기차 두 가지 모델을 모두 만들 수 있다면, 초기 전기차 시장에서 리스크를 덜 수 있을 겁니다. 때문에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는 내연차 모델은 현재 시점에서 꽤 유리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전기차 개조, 제조업체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개조 시장이 조금씩 꿈틀대고 있어 지방자치단체 추산 기준으로 개조 전기차 시장은 5만6000여 대 규모로 평가되고 있다고 하네요.
해외에서는 이미 전기차 개조(EV Conversion) 시장이 형성돼온지 수 년 정도 흐른 상황이라고 합니다. 개인들이 부모님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빈티지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애프터 마켓’이 활황인데요. 아래 동영상처럼 직접 전기차를 개조하여 방법을 소개하는 유튜브부터 쉽고 편리하게 전기차를 개조할 수 있는 전기차 키트까지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우리나라보다는 전기차 개조에 훨씬 적극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듯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McKinsey의 추산에 의하면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전 세계 시장의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8천억 유로로 추정됐고, 향후 10여년 동안 매년 3%씩 성장하여 2030년에는 1조 2천억 유로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으로 시장이 더욱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해보입니다.
전기차 개조, 비용은 얼마나?
내연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데에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개조 비용이 전기차 한 대를 구매하는 값과 맞먹는다면 굳이 공을 들여 전기차를 개조하지 않을 텐데요. 실제로 애프터 마켓 초기 전기차 개조 키트의 비용은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 대로 책정됐었다고 합니다. 차량 한대 값과 유사하거나 더욱 비싼 수준이었지요.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전기차 개조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각종 지원 정책들을 내놓아, 전기차 개조 키트의 가격이 최근 1천만 원 대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전기차 개조 키트의 가격이 낮아진 데에는 세계 각국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있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친환경 차량으로 옮겨가는 거대한 흐름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만 전기차 수요를 전기차 생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요.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개조를 직접 장려하고 나서고 있는 겁니다.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등은 이미 전기차 개조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적극적으로 전기차 개조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 개조와 관련하여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습니다. 대기환경보전법 58조에 따르면, 저공해자동차로 개조하는 자에 대해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습니다. 아직 세부적인 지급 기준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보조금이 지급되면 개조 전기차 비용은 대폭 절감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평균 전기차 개조 비용은 1850만원으로 추산되는데,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지원 받게되면 500만원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행거리·연비·연료 가격을 따져봤을 때 3년이면 개조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아직까지 환경부에서 구체적으로 개조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는 없습니다. 보조금 지급 여부와 관련한 부분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원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계속 살펴봐야겠습니다.
전기차 개조하면 바로 주행할 수 있나요?
국내에서 전기차를 개조한다고 해서 바로 실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정부는 개조 전기차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8월 전남 지역을 개조 전기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전남 지역에서 202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2년 간 개조 전기차의 주행 안전성 실증을 위한 사업을 추진합니다. 대표 차종 9개(엑센트, 아반테, K3, 쏘나타, K5, 그랜저, K7, 포터, 봉고 등)를 선정하여 전기차 튜닝 시 주행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개조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전기차 보급 확산과 탄소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업 일정에 따라 개조 전기차에 대한 기준이 신속하게 마련될 경우 2025년부터 개조 전기차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 개조의 장점은?
비용
전기차를 개조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비용’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전기차 가격 역시 대폭 절감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데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격대가 높은 SUV 위주로 제조 및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를 쉽게 구매하지 못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기차 구매 가격이 부담되는 예비 전기차 유저라면 전기차 개조를 통해 저비용으로 전기차를 장만할 수 있는 ‘개조 전기차’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유지비는 저렴하고, 친환경차량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개조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
전기차를 장만하기 위해 거쳐야 할 난관은 비용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전기차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한 번 전기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지요. 심지어 2년 전 출시돼 오늘날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자동차 GV70모델은 아직까지도 구매를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한다고 하는데요. GV70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을 묻자, 현대 모터스 스튜디오 관계자는 “가장 길게 잡은 기준으로는 16개월 정도 대기하셔야 한다”면서 “컬러나 옵션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면, 보다 빠른 기간에 취소 차량을 받아볼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개조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레트로 유행이 붐으로 나타나면서 자동차 업계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기차 생산 속도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전기차를 구매하고 받아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전기차 개조 유행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전기차를 개조하는 것이 훨씬 시간이 단축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