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내연차를 대신할 이동수단? No.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새로운 공간 혹은 그 이상의 의미. Yes.
전기차에 부여된 의미입니다. 왜 이런 의미가 부여됐을까요.
자율주행 기능은 운전자의 손을 주행에서 자유롭게 합니다. 자유로워진 운전자는 차량 안에서 이전까지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식사를 하거나 업무를 보거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왔지만 차 안에서 할 수 없었던 행동들 말이죠. 헬스 케어 기능이 탑재된 전기차는 운전자의 건강 상태와 상호작용하며 차량 내 공간을 최적화합니다.
운전자가 작동하는 대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운전자의 컨디션과 소통하여 운전자를 위한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 공간이 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치부되기 보다는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거라는 분석을 공통적으로 내놓는 데는 근거가 명확해 보입니다.
미래 모빌리티가 가져올 미래 도시의 세상에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차량 안에서의 경험이 우리 삶과 도시를 바꿔놓을 겁니다. 오늘 체인라이트닝 콘텐츠는 전기차를 타고 미래로 떠나보겠습니다.
미래 모빌리티가 가져올 미래 도시, 어떤 모습일까?
재밌는 사실 하나. 현재 미래 도시의 모습을 주도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는 산업군은 어디인가요? 건설업계인가요? 아닙니다. 자동차, 모빌리티 업계입니다. 결국 모빌리티의 변화는 사람들의 움직임, 삶의 방식을 바꾸고 도시 사회의 모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존재로 재탄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차량들을 출시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미래 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 번 살펴볼까요.
[1] 현대자동차 그룹X유현준 건축사 사무소, ‘HMG 그린필드 스마트시티 참조모델’
현대자동차그룹과 유현준건축사사무소는 공동으로 연구한 ‘HMG 그린필드 스마트시티 참조모델(Hyundai Motor Group Greenfield Smart City Reference Model)’을 지난 31일 공개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도시의 완성 시간이 짧고 유휴 부지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다양한 자연 환경을 고려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벌집 구조 육각형 도시 콘셉트를 만들어냈습니다. 도시 외곽의 각진 모서리에서 모빌리티 속도가 저하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직선의 장점과 곡선의 장점을 모두 가질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반경은 6km입니다.
지상은 걷기 편한 거리와 충분한 녹지를 갖춘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구성하고, 지하는 효율성 중심의 모빌리티, 물류, 에너지 인프라 등을 갖춘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설계했다. 특히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 ‘3분 내 자연에 접근이 가능한 도시’ 등의 목표를 고려해 도시 외곽부터 200m씩 고밀도, 중밀도, 저밀도 등 3구역을 지정해 도시의 폭을 총 600m로 제한했습니다.
아울러 외곽으로 갈수록 차량 등 빠른 이동수단을 위한 기능적인 도로를 배치해 연결성을 극대화하고,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보행 친화적인 거리로 설정해 걷기 좋은 지역으로 조성했습니다.
링크를 통해 ‘HMG 그린필드 스마트시티 참조모델’ 온라인 전시장을 방문해보세요. 보다 상세한 설명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테슬라의 미래 스마트 시티(Elon Musk’s Futuristic Smart Cities)
테슬라에서 가장 최근 발표한 미래 스마트 시티 소개 영상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3] 도요타의 우븐 시티(Woven City)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2년 전 미래 도시 플랜 ‘우븐 시티(Woven City)’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2030년, 미래 자동차가 만드는 미래 사회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자동차 엔진의 성능만을 중요시했던 과거의 기준들은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의 디자인만 봐도 미래를 한 걸음 먼저 준비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기아의 EV9이 그렇습니다. 차 내 시트를 3열로 구성한 최초의 전기차 SUV는 차량 문이 양문형으로 열려 특유의 공간감을 강조합니다. 화룡점정은 단연 테이블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2열 시트입니다. 차 안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전기차에 부여된 새로운 기능입니다. 사실 이는 더 이상 새로운 변화가 아닙니다. 이미 지난해 ‘서울 모빌리티쇼’에서도 스마트 TV, 냉장고 등 주거 공간에서만 사용하던 가전들이 탑재된 모빌리티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EV9이 더 궁금하시다면 클릭!
우리 사회 역시 미래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 태세에 돌입했습니다. 정부는 2019년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 – 2030년 국가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정부는 미래 사회상에 대해 “10년 안에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폰’ ‘도로 위의 쇼핑몰’ ‘움직이는 사무 공간’으로 변하고, 도로에는 전기 자전거, 전기 킥보드, 배달 로봇이 다니는 한편, ‘플라잉 카, 에어택시’를 이용하여 이동경로가 하늘로 확장”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차-집-도시 전체가 연결되어 금융, 헬스 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차량 안에서 받을 수 있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전기차, 사회를 연결짓는 새로운 망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시행한 ‘사이버코리아21’ 정책을 아시나요?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는 출범 직후 인터넷 가입자 1천명을 표방한 ‘정보통신 4개년 계획’을 수립합니다. 인터넷 가입을 독려하고 98년 33.8Kbps였던 속도를 4년 뒤 2Mbps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계획보다 2배 넘게 인터넷 가입자가 늘어났고(02’ 2566만 명), 지방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이 서울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됩니다. 전국이 인터넷 망으로 ‘연결’된 것이죠.
마치 김대중 정부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았던 인터넷 망처럼 전기차가 연결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 전기차 기반 교통 시스템이 보다 확산된다면 전기차가 이동하는 경로와 전기차 충전소가 위치한 지역들 간의 연결이 보다 활성화될 것입니다.
아래 사진 속 미국 테네시 주의 ‘전기차 충전 벨트’를 보세요. 테네시 주의 3개 도시 내쉬빌, 채터누가, 녹스빌은 여행 경로를 짤 때 주요 행선지로 많이 꼽히는 지역인데요.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고속도로에 160k마다 전기차용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전기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다음 행선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죠.
과거에도 도시 간 이동량이 많았던 지역이지만 전기차 충전 벨트로 연결되면서, 보다 많은 유동 인구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기존에 연결이 활성화 됐던 지역들은 전기차 충전소 설치로 인해 더욱 교류가 활발해지고, 반대로 교류가 적었던 지역이라도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면 새로운 유입이 발생할 수 있게 되겠지요.
교통량은 많아져도 도로 혼잡은 줄어든다?
전기차가 보편화된 미래 도시, 도로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요.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교통량은 많아져도 도로 혼잡도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언뜻 모순적인 주장처럼 들리는데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통합 교통 관제 시스템이 핵심입니다. 도로 교통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차량도 모두 전기차로 바뀌게되면, 교통량에 따라 차량 운행을 조정하여 혼잡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됩니다.
일례로 2019년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전기버스 원격 관제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기버스 관제 시스템은 전기버스의 배터리 충전 관리부터 배차를 조정하는 위치 관제까지 도와줍니다. 실시간으로 파악한 전기버스들의 위치를 실시간 교통 상황을 연계하여 버스 배차의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전기버스 이용자들은 환승 대기 시간이 최대한 줄어들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지요.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되어 전기차에 탑재된다면 시너지가 더욱 커집니다. 교통 상황 데이터를 분석한 차량이 자체적으로 운행 속도와 최적의 경로를 탐색합니다. 아직까지 자율주행 기능은 완전히 운전자의 통제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발표를 내놓고 있습니다. 2019년 정부가 발표한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 레벨 3~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신차 시장의 약 50%를 차지”할 것으로 봤고, “2027년까지 레벨4 기술 확보를 위해 핵심 부품, 시스템 및 인프라 기술 등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자율주행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도로도 확보해야겠지요. 정부는 2024년까지 전국 주요도로의 완전한 자율주행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체온 따라 기분 따라 조명과 온도가 바뀌어요! …전기차에서 ‘헬스 케어’까지
애플 워치나 갤럭시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인체 정보 수집을 통해 맞춤형 헬스 케어 기능을 제공합니다. 손목에 착용한 워치에서 심박, 호흡, 체온, 움직임 상태 등을 측정해 적절한 운동을 제안하거나 필요한 알림을 주죠. 전기차 역시 이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처럼 헬스 케어 기능을 제공하여 주행 시 내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기차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케어해 줄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차량만이 제공할 수 있는 ‘환경’에 있습니다. 스마트 워치는 사람의 손목에 장착돼있을 뿐이지만, 전기차는 운전자가 탑승해 있는 차량 내부 공간을 컨트롤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해, 운전자의 건강 상태와 상호작용하여 전기차가 최적의 주행 환경으로 설정을 바꿔주는 겁니다.
일례로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및 인테리어 제조사인 ‘Faurecia’의 차량 내 헬스 케어 시스템은 운전자의 체온, 심박, 호흡 수, 혈압 등을 분석하여 차량 내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거나, 운전자의 스트레스 상태에 따라 조명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변화시켜 심리 상태를 케어해 주기도 합니다. 운전자가 주행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이동 수단에서,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케어를 제공하는 상호작용의 대상으로 차량의 성격이 변하는 것입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에코 드라이빙 문화의 확산
전기차 운전자들은 주행을 시작할 때마다 잔여 충전량과 주행 가능 거리를 따지게 됩니다. 때문에 전기차 이용이 확산되면 운전자들은 에너지 효율을 고려하며 주행하는 습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겠지요. 또 주행 중 히터나 에어컨을 사용하는 정도나 운전 패턴 변화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가 변하는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의식적으로 추구하게 됩니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 됨에 따라 에코-드라이빙(Eco-Driving) 문화는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전기차에 자체적으로 탑재된 회생 브레이크 시스템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운전자들의 주행 습관이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을 고민하는 방식으로 에코 드라이빙은 표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래 모빌리티가 가져올 미래 도시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더 알아보고 싶은 내용, 의견을 나누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체인라이트닝 오픈카톡방을 방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