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자율주행으로 충전소가 설치된 주차구역을 찾아 스스로 움직입니다. 주차 구역 안에 전기차가 머무르는 동안 주차장 바닥에 설치된 무선 충전기를 통해 자동으로 충전이 완료됩니다. 머지 않은 시점에 실현이 가능한 미래의 모습입니다. 충전소를 검색하고, 차량에서 내려 충전기를 연결하고, 충전이 되는 동안 시간을 보낼 거리를 찾아야만 하는 오늘날과는 대조되는 양상인데요. 이렇게 새롭고 편리한 미래 라이프, ‘무선 충전 기술’을 통해 가능합니다. 오늘 체인라이트닝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선물할 새로운 기술, 무선 충전 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무선충전의 개념
무선 충전은 전선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에너지를 주고 받는 무선 전력 전송 기술(WPT: Wireless Power Transfer)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전기를 주고 받는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에너지의 형태로 전달됩니다. 대표적으로 전자기파, 전자기 유도, 전자기 공진 등의 형태가 있습니다. RF(Radio Frequency)나 레이저, 음파를 이용한 다양한 방식의 무선전력전송 기술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무선 충전을 세계 최초로 시도했던 사람은 바로 1900년대 초 미국의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입니다. 어딘가 이름이 익숙하시죠? 오늘날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회사 이름 ‘테슬라’를 니콜라 테슬라에게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는 세계적인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라이벌로도 잘 알려져있지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니콜라 테슬라를 떠올린다면 무선 충전 기술은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술인 셈입니다. 니콜라 테슬라는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미래를 내다봤습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직접 가정으로 무선 송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죠. 그는 60미터 높이의 대형 타워에 설치된 코일을 통해 무선으로 전력을 전달하고자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선 송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어요.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유형의 전력 송신 통로 없이 새로운 에너지의 형태로 전기를 주고 받고자했던 시도는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니콜라 테슬라의 생각은 약 100년이 흐른 뒤 실제로 구현되기 시작합니다. 2007년 미국 MIT 물리학과의 마틴 솔라치치 교수는 자기 공진 방식을 통해 무선전력전송 시스템을 발표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기 공진 방식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니콜라 테슬라의 무선 전력 송신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무선충전의 원리와 방식
무선충전의 방식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전자기파 방식, 자기 유도 방식, 자기 공명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최근들어서는 RF 방식 등이 주목받고 있지요. 어떤 원리로 전기를 송수신하는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전자기파 방식
첫 번째 전자기파 방식입니다. 마이크로파 대역에서 송수신 안테나 간의 방사(물체로부터 전자기파가 사방으로 방출되는 것) 특성을 이용합니다. 전력 전송이 가능한 거리는 수 km내외까지 가능하지만, 전송 효율은 10~50%로 세 가지 무선충전 방식 중 가장 낮습니다. 그럼에도 전자기파 방식의 장점은 출력이 높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송수신 안테나의 크기가 크다는 점, 낮은 전송 효율 문제와 인체 유해성 문제가 상용화의 걸림돌입니다.
자기 유도 방식
두 번째로 자기 유도 방식입니다. 송수신 코일 간의 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하여 전력을 송신하죠. 1차 코일에 전류가 흘러서 자기장이 발생하고, 그 자기장의 변화로 2차 코일에 전류가 생성됩니다.
자기 유도 방식은 수 mm 내외로 전력 전송이 가능하고, 수 mm 이내에서 90%의 전송 효율을 보입니다. 자기 유도 방식은 기술 성숙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미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휴대폰 충전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 바로 자기유도 방식입니다. 자기유도 방식은 소형화가 가능하고, 인체에도 무해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자기 공진 방식
세 번째로 자기 공진 방식(=자기 공명 방식)입니다. 2007년 미국 MIT 연구팀에서 제작된 자기 공진기를 이용하여 2.4미터 떨어진 60와트 전구를 켰는데, 이 때 사용된 방식이 바로 자기 공진 방식입니다.
자기 공진 방식은 송수신 공진기 간 자기공진 특성을 이용하여 충전합니다. 송신 코일(1차 공명체)에서 발생된 에너지를 동일한 공진 주파수로 제작된 수신코일(2차 공명체)로 전송합니다.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생성해, 동일한 공진 주파수를 가지는 코일에 자기장을 유도하여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소리굽쇠 하나를 두드릴 때 주변에 동일한 소리굽쇠가 공명하는 음파의 공진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공진 방식은 공진 주파수에 의한 코일의 특성 때문에 거리나 배치에 따라 효율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자기 유도방식에 비해 에너지를 전송할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지죠. 따라서 조명, 컴퓨터 등 가전제품, 로봇, 그리고 전기차까지 적용 가능한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다만 공진 주파수에 의해 코일의 크기와 전송거리가 비례하기 때문에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의 공진기를 매번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RF 방식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무선충전 방식은 바로 RF(Radio Frequency) 방식입니다. 무선충전은 GHz 대역의 반송주파수를 이용해 수m 떨어진 충전기가 원격으로 전력을 보내면 스마트폰, TV,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전기 에너지를 수집해 충전이 이뤄집니다.
RF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전기 에너지 송신기와 수신기가 1:1이 아니어도 된다는 점입니다. 요즘 카페나 사무실에 많이 설치된 휴대폰 무선 충전기를 상상해볼까요. 무선 충전기 1대에 휴대폰 기기 1개만 올려서 충전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개의 휴대폰을 충전해야 한다면? 충전기가 여러 개 필요해집니다.
RF 방식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합니다. 주파수가 미치는 영역 범위 안에만 있다면 동시에 여러 개의 기기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충전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신다고요? RF 방식을 적용해 무선 충전기를 직접 만들고 있는 회사, CES 2022에 제품을 출품했던 한 회사의 소개 영상을 보시죠.(42초부터).
혹시 동영상을 보시고 RF 방식의 장점을 한 가지 더 찾으셨나요? RF 방식의 두 번째 장점은 ‘충전 자유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휴대폰 무선 충전기는 정해진 위치에 정확하게 충전할 휴대폰을 올려놔야 충전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RF 방식은 주파수 영역 범위 안에만 있다면 어느 위치에 기기를 두어도 충전이 가능합니다. 보다 쉽게, 동시에 여러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이지요.
전기차 무선 충전의 사례
전기차 충전 영역에 있어서 무선 충전 기술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례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국내 무선충전 플랫폼 개발 사례, 쌍용X바이에너지 – 정차 충전
지난 21~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전파방송산업 진흥주간 행사’에서 ‘전기차 무선충전 플랫폼’이 공개됐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무선충전 플랫폼은 2020년부터 쌍용자동차, 바이에너지,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연세대, 동양이엔피 등이 함께 국책 과제로 개발해온 결과물입니다.
체인라이트닝도 이날 코엑스 행사장에 참석해 무선 충전 플랫폼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주차된 전기차 바닥에는 코일이 말려있는 판이 있었고, 이 판은 충전 거치대와 연결돼있었습니다. 이 판은 실제로 지면 아래로 매립돼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데, 판 위로 전기차가 위치하게 되면 별도로 충전기를 연결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되는 것이죠. 국내 무선충전 기술의 발전 수준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현장에 참석한 박태완 과기부 과장은 “정부가 계획대로 연내 주파수를 분배하게 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네요.
세계 최초 무선 충전 도로, 스웨덴 고틀랜드 섬 – 주행 중 충전
해외에서는 이미 주행 중 충전이 가능한 ‘무선 충전 도로’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고틀랜드 섬에는 50m가량의 충전 도로 구간이 2018년에 설치된 바 있습니다. 40톤 전기 트럭이 최대 시속 60km로 도로 200m 주행할 경우 평균 70kw의 충전 속도를 기록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현재 상용화된 급속 충전기의 속도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길이 1.6km의 무선 충전 도로를 이르면 2030년까지 약 2,000km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시죠.
전기차 무선 충전의 인체 유해성은?
휴대폰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초기, 전자파에 대한 인체 유해성 우려가 있었습니다. 90년대 한 언론사에서 보도한 뉴스를 보면 휴대폰의 전자파로 인해 뇌질환이 유발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네요.
하지만 오늘은 1인 1휴대폰 시대입니다. 물론 휴대폰이 방출하는 전자파의 위험성을 아예 간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과거 휴대폰에 대한 전자파 문제가 제기됐던 배경에는 새로 출현한 미지의 신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기차 무선 충전 시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 역시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면 전기차 무선 충전을 위해 방출되는 전자파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방출되는 전자파는 어느 정도의 양인지, 그 수준의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는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기준들을 마련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평가할 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행법상 참고할 만한 규정을 찾아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 고시를 참고할 수는 있겠습니다. 이 고시는 제 3조1항에서 “일반인에 대한 전신노출은 [별표1]에 규정된 전기장강도와 자기장강도 또는 자속밀도와 전력밀도 값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무선 충전을 하루 빨리 도입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이종일 주무관은 지난 21일 코엑스에서 ‘2022 무선전력전송 컨퍼런스’에서 “향후 무선 전력 전송 시스템의 전자파 인체노출량 측정방법에 대한 국가 표준 초안을 2023년 만들 것”이라며 “2024년에 국가 표준을 제정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 최근 과기부는 전기차 무선충전 허가 면제 기준으로 ‘85kHz’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기준은 미국 Momentum Dynamics 사에서 전기버스 정류장 정차 중 무선 충전 사업에 적용되고 있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무선충전 시대가 하루 빨리 앞당겨질 수 있도록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 계속해서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전기차 라이프에 편리함을 더해줄 ‘무선 충전 기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체인라이트닝은 무선 충전 시대가 가져올 새로운 미래를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