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보면 IRA가 핫합니다. 미국에서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은 IRA(Inflation Reduction Act)의 풀네임인데요. 이름은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이라는데, 국내 산업에 대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IRA의 집중 타겟이 되는 산업군이 전기차 제조, 전기차 충전 산업이라고도 하는데요. 한 번 관심있게 살펴봤습니다. 미국 IRA가 전기차 충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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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란?

2022년 8월 16일. 미국은 자국 내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목적을 담은 법안을 발효합니다. 바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입니다. 언뜻 목적만 들어보면 미국 경기를 회복하고 세계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순수한 목적을 가진 법안같죠.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볼수록, 이 법안이 전기차 산업 및 전기차 충전 산업에 끼칠 영향이 엄청납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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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가 자국 외 전기차 기업들을 규제하는 주요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요. ▲북미 최종 조립 ▲일정 비율 이상 광물 북미 생산품 사용 ▲일정 비율 이상 부품 북미 생산품 사용 등 조건입니다. 앞으로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은 IRA 규제로 인해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야하고, 광물 자원들은 품질 고저에 상관없이 미국에서 생산된 광물을 구입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고, 기존에 협력하던 부품사들의 부품 대신 미국에 있는 새로운 부품사와 거래를 해야 하겠네요.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서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때 세액 공제(사실상 보조금 혜택)를 받지 못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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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역시 유사한데요. 충전기 제조의 원료(철강), 부품(55% 이상), 최종 조립까지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고 최종 생산되지 않으면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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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 공제 혹은 보조금을 받지 못 하게 된다는 것의 의미를 뭘까요? 혜택을 받지 못 하는 기업은 미국 전기차 시장, 충전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겁니다. 세액 공제역시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은 매우 치열합니다. ‘회슬라’라고 불리는 오명에도 테슬라가 가격을 조절하는 건 어쩌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디 테슬라뿐인가요. 테슬라가 올해 가격을 내린 데 이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도 각각 머스탱 마하-E(가격 인하 -8%)와 이쿼녹스EV(가격인하 3만 달러)의 가격을 따라 내렸습니다. 이처럼 치열한 가격 경쟁 시장에 세액 공제라는 지원 총알도 없이 나가다니요. 상상만 해도 아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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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IRA는 미국 내 물가 상승 억제와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에 깔린 정치적인 의도도 있습니다. 미국의 IRA 발효는 지난해 8월 9일 발효된 ‘반도체와 과학법(일명 칩스법, Chips and Science Act)’이 발효된 맥락과 동일선상에서 해석해볼 수 있는데요. 미국은 IRA와 칩스법을 통해, 전기차・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의 입지를 공고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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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기차 산업에 영향 미치는 IRA 핵심 조항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국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요건이 명시된 조항은 바로 Section 13401입니다.



최종 조립 조건

첫 번째 조건은 ‘최종 조립 조건(Final Assembly)’입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습니다. 이 조건은 IRA 발효일인 2022년 8월 16일 즉시 적용됐습니다. 오늘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들은 세액 공제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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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두 번째 조건은 ‘배터리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조건’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다양한 광물들로 구성돼있는데요. 이 중 핵심 광물은 일정 비율 이상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미국 등(미 FTA 체결국)에서 ‘추출’ 또는 ‘처리’된 광물이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광물이어야 하죠. 세제 혜택은 한 해에 3750달러 규모이고, 핵심 광물 비율은 점차 확대될 예정입니다. 올해(2023년)에는 40%로 시작하지만, 매년 증가해 2027년 이후부터는 80%의 광물이 모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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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부품 조건

마지막 ‘배터리 부품 조건’은 두 번째 조건인 핵심 광물 조건과 유사합니다. 핵심 광물뿐 아니라 ‘배터리 부품’ 역시 일정 비율 이상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된 경우에만 한해 3750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지원합니다. 배터리 부품 조건 역시 올해(2023년)에는 50%에서 시작하지만, 매년 증가해 2029년 이후부터는 배터리 부품의 100%가 북미에서 제조나 조립이 돼야 한다고 하네요. 배터리 부품 조건과 핵심 광물 조건은 올해(2023년) 4월 18일부터 적용됩니다. 17일에 배터리 부품 조건과 핵심 광물 조건과 관련한 연방 규칙 제정 고시가 확정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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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규정

지금까지의 요건들이 의무를 규정한다면, 추가 규정은 제한 사항을 규정합니다. 미국은 IRA를 통해 미국 내 최종 조립, 북미 광물 및 부품 사용을 장려하면서도, 추가 규정에서는 ‘해외 우려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의 광물 및 부품 사용은 억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에 포함될 광물이나 부품이 ‘해외 우려집단’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세제 지원을 안 하겠다는 겁니다. 이 규정은 2025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인데요.

아직 ‘해외 우려집단’에 대한 세부지침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도 한중 합작 기업들이 ‘해외 우려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려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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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도 압박

이번 IRA로 인해 피해를 입게된 건 전기차 제조 산업뿐만이 아닙니다. 전기차 충전 산업에 대한 규제 조항도 IRA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전기차 충전기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지원하는데요. 미국에서 충전기 보조금을 지원받으려면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고 ▲미국에서 충전기를 최종 조립해야합니다. 특히 올해(2023년) 7월부터는 ▲충전기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에서 제조해야 합니다. 충전기 제조의 원료(철강), 부품(55% 이상), 최종 조립까지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고 최종 생산되도록 강제한 것인데요. 국내 전기차 사업자들이 미국에 진출하고자한다면, IRA 발효 이후 원자재를 미국에서 공수해야할 뿐 아니라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야 하는 등 대규모의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IRA 발효로 미국이 얻고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미국에는 14만 기(2022년 11월 기준) 이상의 공공 충전기가 설치돼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 시행을 통해 2023년까지 50만 기의 공공 충전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충전 인프라 산업 유치를 통한 국내 경기 활성화와 자국 충전 인프라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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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테슬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내비쳤는데요. 테슬라를 세계 1위 전기차/충전 산업체로 만들고자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국내 충전 사업자들에게 역시나 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충전기는 본래 ‘테슬라’ 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집니다. 미국 정부가 테슬라에게 충전기를 다른 전기차들에도 “개방하라”고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도 지난 2월 15일(현지 시각) “2024년까지 미국에 있는 충전소 최소 7500개를 모든 전기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지요. 어찌보면 테슬라가 고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싶고, 미국 정부의 조치에 억지로 순응하는 모양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테슬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테슬라의 충전 개방이 오히려 ‘테슬라’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고 결과적으로 테슬라의 판매 촉진을 유도할 것이라는 겁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전기차주들은 충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충전이 쉬운 테슬라에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내 1650개 지역에서 17만700개 이상의 슈퍼차저를 운영 중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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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세액 공제 상한 조건이 완화되어 테슬라는 세액 공제 혜택을 더욱 확대하여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전기차 제조 업체는 세액 공제 혜택을 최대 20만 대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규정이 올해(2023년) 1월 1일부로 해제됐습니다. 결국 전기차 제조사 가운데서도 많이 판매하는 업체가 세액 공제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본래 이 규정이 적용되어 20만 대 한도로 세액 공제 혜택을 받던 테슬라와 GM은 앞으로 더 많은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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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국 전기차 시장 1위 기업인 테슬라의 독주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최근 테슬라는 차기 모델인 사이버트럭부터 48V 기반 E/E 아키텍처로 전환한다고도 밝혔지요. 각종 전자 장비가 테슬라에 탑재되면서 250 암페어에 달하는 전류를 감당해야하는데, 48V 기반 아키테처로 전환하게 되면 전류를 1/4 수준으로 줄이면서 전력 효율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이유가 전환 배경입니다. 현재까지 대다수의 전기차들은 전장 부품 표준 전압을 12V로 채택하고 있었는데, 테슬라의 48V 전환 발표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었던 현대차·기아에게 IRA와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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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 공제 못 받아 가격 경쟁력 밀리고

해외 경쟁사는 시장 우위

IRA 발효로 인해 국내 전기차 제조사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IRA 발효로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흐름에서, 앞으로 국내 전기차 제조사 및 충전사업자들의 해외 시장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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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처한 현실을 돌아볼까요. 세액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 국내 전기차들은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 열위에 처하게 될 겁니다. 세액 공제 혜택은 엄밀히 말하면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과는 다르지만, 사실상 전기차에 지원하는 세액 공제가 보조금과 같은 역할을 해 경쟁 업체들과 나란히 전기차를 팔기에는 비교적 비싼 값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충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산 철강을 사용했는지 ▲미국에서 충전기를 최종 조립했는지, ▲충전기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에서 제조했는지에 따라서 ‘보조금’ 지원 여부가 결정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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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종 조립 조건’의 경우에는 국내 기업들이 충족하기가 매우 어려운 기준이기도 합니다. 당장 미국에 공장을 지어놓지 않았다면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세액 공제 혜택 없이 전기차를 판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겠지요. 그 사이 경쟁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다면, 이후에는 공장을 짓고, 세액 공제 혜택을 받더라도 난감할 정도로 시장 입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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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대차그룹이 2020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 공장을 통한 생산 물량만으로는 미국 시장의 수요를 모두 커버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물론 2022년에는 조지아 공장을 착공했고, 최근 현대차 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지아주 공장은 약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이지만, 2025년 이후부터 가동될 예정이어서, 이 때까지는 현대·기아차가 판매하는 전기차 대부분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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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들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한다면 전기차 1대 당 7500달러 상당의 세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포드, GM 등 미국 기업들과 북미 지역에 공장을 가동 중인 독일, 일본 등 경쟁 업체들은 세제 혜택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력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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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세부지침 발효 앞두고 재계 총수들 미국 방문

대책 마련을 위해 재계 총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국으로 향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24~28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에 함께 참여합니다.

IRA 세부 지침이 계속해서 발표되는 가운데, 현대차의 발목을 잡은 ‘핵심 광물 조건’이 18일부터 적용될 계획이지요. 이 세부 지침이 시행된 직후인, 24~28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에 가서 어떤 결과를 가지고 귀국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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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의미와 쟁점 및 대응방안, 외교안보연구소, 2022.11
•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주요 내용과 영향, 국회예산정책처, 2022.10.27
•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국내 산업 영향과 시사점, 산업연구원, 2022.09
• Tesla의 48V 아키텍처 도입의 의미, 한국자동차연구원, 2023.04.10
• Investment in Critical Minerals & Battery Supply Chains in America, 미 백악관, 2023.03.31
• FACT SHEET: Biden-⁠Harris Administration Announces New Standards and Major Progress for a Made-in-America National Network of Electric Vehicle Chargers, 미 백악관, 2023.02.15
• 美 IRA 우려국가 곧 발표…韓中 합작사 포함 여부 촉각, 매일경제, 2023.04.09
• ‘칩스법’, ‘IRA’ 美 방문 앞두고 고민 커진 재계 총수들, 이투데이, 2023.04.10
• 테슬라, 美정부 압력에 전용 충전기 다른 차에도 개방…속으론 웃고 있다?, 조선일보, 202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