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운전’은 운전자의 경험을 제한했습니다. 오로지 운전자에게는 ‘운전’만 허락됐습니다. 손은 핸들에 있어야 했고, 눈과 귀는 주행의 안전을 위해 주행 환경에만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는 안전한 운전은 전적으로 운전자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목표였기 때문이지요.
조수석에 앉아 있는데 운전자가 딴짓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갑자기 불안해지지 않으십니까? 이처럼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휴대폰 메세지를 확인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일들은 아직까지도 ‘딴짓’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딴짓은 안전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치부되던 지난 날, 아니 오늘날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딴짓’이 장려됩니다. 운전자의 경험은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경험들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차량 내 경험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는데요. 운전자의 눈과 귀, 손이 모두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눈과 귀, 손이 자유로워진 운전자와 탑승객들이 미래 IT 기술의 집합체가 될 ‘모빌리티 공간’ 안에서 어떤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될까요. 체인라이트닝컴퍼니가 준비한 오늘의 콘텐츠 주제, 바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rtainment)와 미래 모빌리티 라이프’입니다.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를 아시나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는 정보를 의미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다양한 오락거리를 일컫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입니다. 차량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보와 오락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바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지금까지 차량이 탑승객에게 제공해왔던 전통적인 기능은 ▲내비게이션 ▲음악 ▲히터/에어컨 등입니다. 인간이 직접 1)기능의 실행 필요성을 인식하고, 2)자동차에 탑재된 기능을 조작해야 수행됐던 기능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량 내 기능들이 인간과 자동차가 정보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수준으로 진보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음성 인식을 통해 운전자의 요구를 자동차가 인식해 즉각적으로 실행하고, 실내 공기질을 자동으로 체크해 창문을 개방해 자동으로 환기해줍니다. 이처럼 인포테인먼트는 인간과 자동차를 연결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더 나아가 모빌리티에 다양한 IT 신기술이 접목됨에 따라, 차량 안에서 탑승객들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는 더욱 다양해질 겁니다. 자율주행과 AI, VR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된다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탑승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전망인데요.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적 목적이 뚜렷했던 자동차, 미래에는 다양한 경험으로 구성될 수 있는 새로운 일상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차량 안에서의 운전자 경험,
어떤 콘텐츠로 채워질까?
미래에 운전자들이 차량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은 크게 5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차량 안에서 운전자가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요소’를 ▲영상 ▲광고 ▲음악 ▲게임 ▲교육 등 5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없는 것 같으시다고요? 위 5가지 콘텐츠 요소가 어쩌면 새로울 것 없는 콘텐츠들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동시에 결합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익숙한 콘텐츠들이 미래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공간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그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겠습니다.
A씨(38)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가 완벽하게 구비된 승용차를 타고 초등학생 딸과 함께 출근 중입니다. 출근하는 동안 어제 저녁 못다 본 넷플릭스 영화 후반부를 마무리합니다. 20분가량 차량 내 모든 유리가 VR 스크린으로 바뀌어 영화 속 공간에 직접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차량 뒤편에 앉은 초등학생 딸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합니다. 게임에 접속하니 딸의 같은 반 친구도 접속 중입니다. 마침 딸의 같은 반 친구도 옆 차선에 어머니의 차로 등교 중이었습니다. 도로 위의 가상 세계에서 아이들은 소통합니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이제 메타버스가 함께하는 모빌리티 세상으로 옮겨갔습니다.
딸을 학교에 내려주고, A씨는 출근 전 모닝 커피를 사기 위해 회사 근처 카페를 내비게이션에 찍습니다. 카페에 도착하기 전부터 목적지 카페의 커피 메뉴 광고가 차량 전면 유리에 보여집니다. 화면을 터치하며 커피를 미리 주문 결제합니다.
카페에 도착해 커피를 바로 픽업한 A씨. 회사에 가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A씨의 심박수를 체크한 차량이 편안한 음악을 자동으로 재생해줍니다.
어떤가요? 차량 안에서 운전 이외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러한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꽤 오래 전부터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오고 있습니다.
차량 제조업체인 볼보는 통신사업자인 에릭슨,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2016년에 이미 제휴를 맺었습니다. 벌써 7년 전이지요. 에릭슨은 볼보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에게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할 거라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운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거고요. 차 안에서 영화를 본다? 주정차 한 차량 안에서 ‘잠깐’이 아니라, 차량 안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보는 세상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비단 볼보뿐일까요.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르쉐는 VR기술에 주목했는데요. VR 스타트업인 홀로라이드(Holoride)와 협업하여 차량 뒷좌석 탑승자 전용 VR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처럼 전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인포테인먼트 기술 개발을 위해 고민을 이미 시작한 상황입니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 정말 늘어날까?
’2040년, 1년 동안 30日 차 안에서 보낼 것’
모빌리티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미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일상적인 경험들도 차량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경험으로 점차 흡수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2022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2030년까지 현재보다 약 25% 늘어날 것이고 ▲2040년까지는 약 200%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단적으로 갑자기 직장이 2배 먼 곳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닌데,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갑자기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게 신기하지요. 합리적인 추론을 해보면, 차 안에서 이동 이외에 뭔가 다른 경험을 더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일상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인포테인먼트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는 숨은 예측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느라 차 안에서 2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까요?
지금 현재 우리는 차량 안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잡코리아가 2022년 6월 직장인 9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음악 듣기’(50.7%) ▲‘동영상 시청’(28.4%) ▲‘운전과 걷기 등 이동 자체에 집중’(25.4%) 등이라고 답했는데요. 이 설문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사실상 이동 시간은 말 그대로 ‘이동’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이지, 음악 듣는 것(50.7%) 정도만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운전자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음악을 듣는 행위(응답자의 50.7%)는 운전이라는 목적을 여전히 최우선 순위로 둔 상태에서도 충분히 병행할 수 있는 경험이니까요.
미래로 가볼까요. 이번에는 딜로이트의 예측 결과를 살펴봤는데요. 딜로이트가 ‘미국인이 차량 내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간’을 예측한 결과, 2020년 40억 시간을 차량 안에서 미디어 소비하는 데에 소모한 미국인들이 ▲2030년에는 520억 시간(13 배) ▲2040년에는 950억 시간(23.75시간)을 쓸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딜로이트의 분석 레포트까지 본 이후, 손이 자유로워지는 시대는 정말 도래할 수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현재 우리는 ‘귀(Ears)’에 다소 한정된 콘텐츠들을 소비하고 있지만, 미래에 ‘눈(Eyes)’과 ‘손(Hand)’까지 자유로워진다면 보다 다양한 콘텐츠들을 소비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실제로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성장은 “자율주행 기술의 성장 곡선과 일치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2015년 470억 달러에 불과했던 전 세계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 시장 규모는 2020년 2700억 달러(약 306조 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인포테인먼트 산업의 발전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인포테인먼트 산업 생태계에 대한 내용은 후속편에서 계속 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