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테인먼트 기술 개발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포테인먼트 기술은 자동차를 이동수단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부터 IT기업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요. 최초의 인포테인먼트부터 최근까지, 인포테인먼트 기술의 역사 속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인포테인먼트의 시초격인 ‘차 내 라디오’
1930년 ‘모토로라’가 주인공?
최초의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무엇이었을까요? 자동차에 주행 기능 이외에 엔터테이너적 요소를 담은 기능이 처음 장착되기 시작한 건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28년 미국의 폴 갤빈은 ‘갤빈제작소’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 갤빈제작소에서 1930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용 라디오를 출시합니다. 이 때 출시된 세계 최초의 자동차용 라디오 제품의 명칭이 바로 ‘모토로라(motorola)’였습니다. 자동차를 의미하는 ‘모토(motor)’와 목소리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올라(ola)’를 합해 만든 단어였지요.
자동차에 라디오라니? 이전까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갤빈제작소가 만든 모토로라 덕분에 사람들은 자동차 안에서 운전 이외에 새로운 재미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듣고 싶은 음악 선택해서 듣는다!
1950년대 최초의 차량용 LP턴테이블
차량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계속해서 추구하고자하는 인간의 욕구. 이 욕구는 인포테인먼트 기술의 발전을 연이어 가져왔습니다. 1956년 미국에서는 라디오를 넘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출시됩니다. 크라이슬러의 ‘하이웨이 하이파이(highway hifi)’의 등장입니다. 하이웨이 하이파이는 세계 최초의 차량용 LP턴테이블이었는데요. 하이웨이 하이파이의 등장으로 차 안에서 직접 LP판을 재생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서 재생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움직이는 차량 안에 놓인 턴테이블이다보니 LP판이 쉽게 손상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금방 단종되었지요.
차량용 네비게이션은 1981년에 등장
세계 최초의 차량용 네비게이션은 1981년에 와서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세계 최초의 네비게이션이 어떤 제품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분분하지만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혼다(HONDA)’에서 개발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가 최초에 가깝습니다.
혼다에서 개발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는 지금의 네비게이션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는데요. 자이로케이터에 A5 크기의 지도 필름을 집어넣으면, 이 필름 위에 불빛으로 현재 위치를 표시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가 지도 위의 차량 위치를 계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로 추측 기법’을 활용한 위치 계산 원리였는데요. 자이로케이터는 정해진 출발지에서 이동한 방향과 이동 거리를 알고 있을 때, 대략적인 현재 위치를 계산해서 보여주는 원리입니다. 자이로케이터는 이동 방향을 계산하고, CRT 모니터에 주행 궤적을 그렸습니다.
앞서 살펴본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들은 모두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기보다는, 부수적으로 운전자에게 주행 경험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서비스(라디오, 음악)였지요. ‘정보(information)’를 제공하여 운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서비스는 혼다의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가 최초였던 셈이지요. 운전자들은 더 이상 종이 지도와 길 안내 표지판에 의존하지 않고 차가 제공하는 위치 정보에 따라 안심하고 길을 찾아다닐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최초인 만큼 한계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자이로케이터는 지도 데이터를 모두 저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도 필름을 이동량에 따라 갈아 끼워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CRT 터치스크린,
뷰익의 리비에라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용법과 가장 닮아 있는 모델은 1986년에 등장합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뷰익’은 리비에라라는 자동차 모델을 선보이는데요. 이 모델에 최초의 CRT 터치스크린이 탑재됩니다. 아래 동영상을 통해 리비에라에 탑재된 CRT 터치스크린을 살펴보세요.
터치스크린 기술은 차량 안에 탑재된 각종 인포테인먼트 요소들을 디스플레이 화면 하나로, 한 번의 터치로 실행을 가능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과거에 라디오, 음악, 네비게이션 등 차량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적인 요소들이 각각 독자적인 서비스로 개발됐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차량 안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훨씬 편리하고 쉽게 이용하게 된 차량 내 서비스. 터치 스크린의 출현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플랫폼의 형태로서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로 탑재될 수 있는 기능이라면, 어떤 기능이라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게 됩니다.
2008년 포드 싱크 1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본격 시작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포드가 공동 개발한 ‘싱크(Sync)’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시작을 알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공개된 포드 싱크는 차량 밖에만 존재하던 인포테인먼트 요소들을 차량 안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싱크는 운전자의 음성을 통해 차량에 연결된 소형 단말기(아이팟 등)를 조작할 수 있는 온-보드 통합 시스템이었습니다. 싱크가 존재하지 않던 세상에서 음악을 들려주던 MP3 플레이어는 차량 밖에서만 들을 수 있었겠지만, 싱크가 세상에 등장함으로써 ‘음악 기능’이 차량과 연결되며 들어오게 된 셈입니다. 다시 포드는 7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 900만대 이상 SYNC를 탑재한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2010년대~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춘추전국시대
이제 차량 밖에 존재하는 서비스를 차 안으로 연결해오는 시대는 끝날 겁니다. 자율주행, VR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접목되는 전에 없던 서비스도 등장하겠지요. 최근 다양한 IT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애플, 카플레이
카플레이는 애플이 2014년 3월 내놓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입니다. 모바일 운영체제 iOS와 연동하여 경로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음성 인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출시되는 전기차의 98% 이상은 카플레이가 탑재돼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카플레이가 탑재되지 않은 차량은 구매를 고려하지 않는 만큼 강력한 소프트웨어 선호도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GM이나 포드같은 미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카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을 이유는 적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까지 카플레이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음악 재생’ ‘음성 인식’ 정도로, 자동차 제조사로 하여금 특정 데이터를 제공하게 하거나 하는 등의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장차 카플레이에서 기능을 확대하는 등 방법을 통해 실질적인 운전자의 이용 데이터를 확보해나갈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애플의 수장인 팀 쿡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율 주행 자동차가 “모든 AI 프로젝트의 어머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이 앞으로 집중할 AI 기술을 담을 그릇으로 자동차를 콕 찝은 것이지요.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애플카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애플은 2022년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업그레이드 된 카플레이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점차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오토모티브
‘안드로이드 오토’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구글에서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2014년 6월 출시된 서비스로, 애플의 카플레이와 유사하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연동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입니다.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통해 네비게이션, 전화, 문제 메시지 등 다양한 기능을 차량 안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지요.
안드로이드 오토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라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Android Automotive)’는 자동차 전용으로 설계된 운영체제(OS)입니다.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난방, 환기, 에어컨 등 기능과 뮤직 플레이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 ‘구글 맵’ 등 인포테인먼트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CCOS
현대차는 과거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인포테인먼트 쪽 SW 플랫폼으로 사용해왔는데요. 앞으로 나올 신차들에는 자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OS인 ‘ccOS(Connected Car Operation System)’를 탑재한다고 밝혀,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ccOS를 처음 공개하고, 2019년에 ▲증강현실(AR) ▲네비게이션 ▲차량 내 간펼 결제 ▲필기 인식 등 기능을 탑재한 버전을 추가 공개했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기차, GV60에는 최신 버전의 ccOS를 적용해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LG전자, 재규어랜드로버・벤츠와 협업
LG전자 역시 일찍이 전기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빠른 성과를 거두며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리고 있습니다. 2020년에 재규어랜드로버(Jaguar Land Rover)와 공동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유럽 비영리 자동차 심사단체 오토베스트(Autobest)로부터 올해의 스마트 제품인 스마트베스트(SMARTBEST) 2020으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2021년에는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합작사(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고, 2022년에는 벤츠의 프리미엄 전기차인 EQS 모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새로운 모습을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찾아올지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지금까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봤습니다.
체인라이트닝컴퍼니는 모빌리티 역사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